친구를 다치게 한 ADHD 아이? 편견 속에서 놓친 진실
얼마 전, 예상치 못한 손님이 우리 집을 찾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친구와 그 아이의 엄마였다. 약속된 만남도 아니었고, 시각도 밤 8시 반을 훌쩍 넘긴 늦은 시간이라, 초인종이 울리는 순간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인터폰 화면 너머, 아이 친구 엄마의 굳은 표정이 내 불안한 마음을 더 짙게 만들었다.
“피치 엄마,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짧은 말 한마디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옆에 있던 막내아들은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말도 없이 안방으로 달아났다. 하필 오늘따라 집안은 정돈도 안 되어 있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친구 엄마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피치가 우리 OO이 어깨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좀 들어보려고요. 피치 엄마도 모르고 계셨죠?”
그녀가 걷어 올린 OO이의 옷 속에는 시퍼렇게 멍든 어깨가 있었다. 손자국처럼 깊게 파인 자국. 아무리 이유가 있다 해도, 그 모습 앞에서는 어떤 말도 변명이 되지 않았다. 내 아이가 이런 상처를 남겼다니.
나는 아이를 불렀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히 물었다. 피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OO이가 먼저 어깨를 막 주물렀어요. 아프다고 해도 계속해서요…”
이야기가 나오자 OO이도 급히 말을 덧붙였다.
“장난이었어요. 근데 피치가 더 세게 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고, 친구 엄마의 얼굴에는 당황과 당혹이 섞인 감정이 비쳤다. 아마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듯했다. 그녀는 OO이를 다그쳤고, 나도 피치를 나무랐다. 키도 크고 힘도 센 피치가 마르고 여린 친구에게 그렇게 강하게 반응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피치에게 더 강하게 혼을 냈던 것 같다. 친구의 가벼운 장난에 그렇게 세게 반응하다니. 약물을 줄이는 중이라 과잉행동이 튀어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왜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하게 행동하는지 속이 터졌다.
어쨌든 서로 사과하고, 마음을 몇 번이고 풀어낸 뒤에야 불편했던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아이를 따로 혼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상하게도 온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졌다. 그저 조용히 피치에게 씻고 오라고 말한 뒤, 식탁에 남은 컵을 정리하며 나도 마음을 추슬렀다.
그때였다. 거실을 지나 욕실로 향하는 피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옷을 벗으며 들어가던 아이의 어깨에 붉게 눌린 상처와 선명한 손톱자국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OO이가 먼저 세게 어깨를 주물렀다고 피치가 말했는데, 나는 그걸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구나. 그저 상대 아이의 멍자국 하나에 놀라 피치가 잘못했다고 단정 지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언제부턴가 내 아이를 보호하기보다는 감시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약을 줄여서 그런가, 또 흥분해서 그런가, 혹시 ADHD 증상이 심해진 걸까…내 아이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하면, 나는 스스로를 먼저 다그쳤다. 혹시 남들이 피치를 이상한 아이라고 볼까 봐, 그 시선을 내가 먼저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장난 속에서 아픔을 느꼈고, 스스로 방어했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이의 안전기지가 되어 주어야 할 엄마가 오히려 ADHD라는 편견을 갖고 아이를 바라본 것이 아닐까 반성이 들었다.
엄마 마음이 시끄럽거나 말거나 아까의 기죽은 모습은 사라지고 저 녀석은 물기도 닦지 않은 채 온 집안을 빨가벗고 돌아다닌다.... 잘 해 줘야겠다고 방금 생각했는데, 그냥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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